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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스케치] 전주책쾌의 앞풀이와 뒤풀이 의미


전주책쾌 행사장 입구 © 김지선

독립출판 창작자들에게 북페어란 단순히 책을 사고파는 것 외의 의미가 있다. 바로, ‘만남’이다. 혼자 만든 책을 들고 사람을 만나러 가는 것이 바로 독립출판 창작자들에게 북페어가 필요한 이유다. 올해 4회째 이어진 전주책쾌는 ‘연화정의 밤’과 ‘한잔 하러 가게’라는 이름으로 치러진 앞풀이와 뒤풀이 행사가 있었다.

나는 북페어에 참가할 때면 대체로 행사 당일 아침에 도착한다. 당일 도착해서 행사를 치를 수 없는 장거리나 시간 제약이 있을 때는 하루 전날 도착하기도 하지만, 이번에는 그런 이유가 아닌데도 일부러 하루 먼저 전주로 향했다. 전주책쾌가 열리기 전날 마련된 앞풀이 ‘연화정의 밤’에 참여해 보고 싶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출발해 부지런히 달려 전주에 도착하니, 행사장 사전 설치 마감 시간인 17시를 겨우 10분 앞두었다. 가져간 짐이라도 행사장 내에 넣어 놓을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는데, 다행인지 행사장에서는 17시가 넘어서도 세팅을 하는 사람들이 많아 여유롭게 테이블 구성까지 마무리했다.

그리고 미리 예약해 놓은 게스트하우스에 짐을 풀고 곧바로 ‘연화정의 밤’이 열리는 연화정 도서관으로 향했다. 연화정 도서관은 전주시립도서관 직영 도서관으로 전주 덕진공원 안에 있으며 2022년 6월에 개관했다. 한옥으로 지어진 도서관 주변으로 연꽃 가득한 연못이 있어서 전주 여행의 대표적인 장소로도 손꼽힌다.

연화정 도서관과 연꽃 풍경 © 김지선

연못 가운데의 다리를 건너 공원 한가운데 있는 전주책쾌 앞풀이 연화정의 밤 행사장으로 들어가니 벌써 절반의 창작자들이 도착해 있었다. 현장의 스탭들의 일사천리인 진행 덕에 곧바로 명단 체크를 마친 후, 웰컴 드링크와 간식을 받았다.

연화정의 밤 © 김지선

랜덤으로 뽑은 번호에 맞춰 테이블에 앉은 후, 스탭들의 소개로 본격적으로 앞풀이를 시작했다. 올해 전주책쾌는 94개의 팀이 참여했고, 다양한 강연, 전시, 체험 프로그램이 준비된 만큼 행사 전날 가장 바쁠텐데도 창작자들을 위해 앞풀이를 만들어준 그들이 대단해 보였다. 왜 앞풀이를 만든 걸까, 그리고 우리는 왜 이 자리에 모였을까.

“어떤 책을 만드셨어요?”

스탭들의 인사가 끝나니 자연스럽게 같은 테이블에 앉은 창작자끼리 자기소개가 이어졌다. 흥미로운 건, 사람들은 내가 몇 살인지, 무슨 일을 하는지 궁금해하지 않았다. 어떤 책을 만들었는지, 글을 쓰는지, 사진을 찍는지, 그림을 그리는지 그런 것들만 궁금해했다.

“저는 이런 책을 만들었습니다.”

명함 대신 책을 보여주는 창작자가 있었고, 책을 깜박 가져오지 못했다고 스마트폰에 저장되어 있는 자신의 책 사진과 SNS 계정을 보여주는 창작자가 있었다. 책을 소개하고 팔기 위해서 모인 북페어의 전날, 왜 우리는 책을 팔지 않는 시간에도 책을 소개할까. 여기 모인 사람들에게 자신의 책은 상품일지 자기소개일지 궁금해지던 시간이었다.

전주책쾌 행사장 © 김지선

연화장의 밤이 끝난 다음 날이면 모두 각자의 테이블에서 독자들을 만났다. 작은 테이블에 모여 앉은 사람들이 아닌, 스쳐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내 책을 더 잘 설명할 수 있을까 서로의 고민의 해답을 찾아 각자의 테이블을 꾸렸다.

앞풀이 때는 책에 가격표를 보여주지 않은 채 책을 소개했다면, 북페어 현장에서는 책 소개와 함께 책의 가격표를 보여주고 책의 판매까지 해야 하는 부담감이 있다. 하지만 창작자들에게 그 시간도 여전히 내 책을 소개하는 자기소개 시간이었다.

‘한잔 하러 가게’에서 치맥 © 김지선

전주책쾌에서는 또 하나의 전통처럼 내려오는 시간이 바로 뒤풀이다. 정확히는 2일간의 행사 중 1일차가 끝난 토요일 밤에 치킨 집에서 모여 치맥을 하는 것이기에 행사가 완전히 종료된 후에 만남은 아니다. 다만, 북페어가 끝나면 서둘러 자신이 원래 있던 곳으로 떠나는 사람들이 많기에 행사 중간에 하는 뒤풀이는 먼 거리의 창작자들이 환영한다. 특히나 전주가 아닌 외지에서 온 창작자들은 전주에서 1박을 하며 혼자 쓸쓸히 저녁 시간을 보낼 수도 있으니 그런 외로움을 달래주기도 한다. 물론 전주에 거주하는 창작자들도 뒤풀이 참석을 많이 한다. 전주에 온 타 지역 창작자를 만나는 시간은 그들에게도 의미가 있다.

나는 지금까지 두 번의 전주책쾌의 창작자로 참여했고, 그 두 번 모두 뒤풀이에 참석했다. 그 시간으로 창작자들의 연대를 넘어서, 판매가 끝난 후 시작하는 다양한 독립출판의 관계를 물을 수 있었다. 그리고 스스로에게도 질문했다. 나는 과연 독립출판 북페어 이후 무엇을 남기고 싶은지 말이다.

서로의 책을 사지 않았는데도 친해지는 사람들이 생기고, 책 한 권을 교환하면서 알게 된 이야기가 있고, 몇 년째 만나면서 처음으로 속마음을 들어보며 새로운 관계로 이어지고, 무엇보다 다시 또 새로운 책을 만들어서 새 책으로 나를 소개하고 싶은 열정이 생긴다.

같은 꿈을 꾸는 사람들을 만나는 것은 혼자 책을 만들면서 돌아보지 못했던 내 모습을 바라보는 것이다. 서로의 고충을 나누며 “나는 이렇게까지 힘들었어!”라고 투덜거리지만, 서로가 가장 잘 안다. 그 이야기를 하는 눈빛이 반짝인다는 것을. 여기 모인 우리들은 언젠가 또 같은 자리에서 다시 마주할 것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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