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립출판에 관한 첫 번째 이야기
독립출판은 무엇이고, 무엇으로부터 독립일까
독립출판 창작자와 책방지기에게 독립출판을 물었다

샤베트 미디어는 독립출판과 zine, 그리고 책과 책을 둘러싼 이야기를 기록하려고 한다. 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궁금했다.
독립출판은 과연 무엇일까.
그래서 독립출판을 만들고 있는 사람, 한때 만들었던 사람, 오랫동안 독립출판을 지켜본 책방지기에게 질문을 던졌다.
“독립출판이 뭐예요?”
2016년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서 처음 문을 연 뒤, 현재는 망원동에서 계속 이어가고 있는 책방 gaga77page 이상명 대표는 오랫동안 독립출판을 판매해 오면서 바라본 기성출판과 독립출판의 가장 큰 차이를 ‘작가와 독자의 거리’에서 찾았다. “기성 출판과 독립 출판의 가장 큰 차이는 작가와 독자의 거리라고 생각합니다. 독립출판물은 작가가 기획자이자 편집자 때때로 디자이너가 되기도 합니다”라고 이야기하며, “작가 본연의 언어로 독자에게 말을 거는 독립출판물의 매력에 깊이 빠져 있는 독자에게 독립출판물은 더 큰 매력을 가진 책으로 다가갈 거라 생각합니다”라고 덧붙였다.
독립출판 창작자들의 답변은 책방지기와 조금 달랐다. 《내일은 새로운 일기장을 사야겠어》를 만든 나리 작가는 “모든 이들에겐 자기 안에서 더 이상 머물지 못하고 흘러나오는 자신만의 고유한 이야기가 있죠. 그 이야기를 글로 옮겨 책으로 만드는 일이 독립출판 아닐까요?”라고 말했다. 《오늘도 달콤함을 굽습니다》를 만든 민혜주 작가도 “전하고자 하는 바를 작가의 의도대로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라고 했는데, 책방지기가 꼽은 독립출판의 매력을 작가들은 이미 알고 있는 듯했다.
반면 《말을 모으는 여행기》를 만든 페른베 작가는 달랐다. “한 권의 책을 기획부터 구상, 출판까지 작가가 스스로 완성해 내는 출판의 형태라고 생각해요”라며 독립출판을 만드는 과정에 더 주목했다.
같은 질문에 누군가는 무엇을 이야기하는지를 답했고, 누군가는 누가 결정하고 완성하는지를 이야기했고, 책방지기는 책과 독자 사이의 거리를 바라봤다. 그렇다면 이들이 말하는 ‘독립’은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일까.
이상명 대표는 “무엇으로부터가 아니라 스스로 오롯이 설 수 있는 거라고 생각해요”라고 했다. “반사체가 아닌 각자 다른 빛으로 빛나는 발광체”라며 모든 책이 각자 다른 모습이기에 애초에 독립될 존재 자체가 아니라고 말했다. 나리 작가도 같았다. “모든 것으로부터 자유로울 때 독립이라고 생각해요. 어떤 것에도 의지하지 않고 나 자신이 서 있을 수 있는 상태”라며, 누군가의 도움이 필요하지 않고 혼자 충분히 할 수 있는 것을 독립이라고 전했다.
민혜주 작가는 “현재 자신이 가장 갈구하고 있는 문제로부터의 해방이자, 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해 나가는 것으로 생각합니다”라고 했는데, 혼자 모든 걸 하지 못하더라도 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점이 독립이라는 것을 의미했다. 페른베 작가는 “콘텐츠를 만들어 낼 때 자신의 ‘주관’이 뚜렷하게 들어가는 게 독립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외부의 개입에도 달라지지 않은 굳건한 마음이 ‘독립’이라고 말했다.
네 명이 바라보는 독립에 대한 의미는 조금씩 달랐지만 결국 그 단어는 ‘혼자서도 설 수 있는’ 방향을 가리키고 있는 듯했다. 그리고 주체는 자신이었다.
그렇다면 이들은 독립출판을 어디서 알게 됐을까?
2012년 뉴욕의 트라이베카 영화제를 방문한 이상명 대표는 같은 시기에 길에서 책을 파는 사람들을 만났던 장면을 떠올렸다. 페른베 작가는 2021년 동네책방에서 책 만들기 클래스를 들었을 때를 말했고, 나리 작가는 노들서가에서 《커피 한 잔 값으로 독립출판 책만들기》라는 작은 책 한 권을 발견했을 때가 처음이라고 했다. 민혜주 작가는 연남동의 골목을 걷다가 우연히 들어간 책방에서 ‘독립서적’이라는 이름을 처음 본 것을 기억했다.
네 사람이 독립출판을 처음 알게 된 곳은 달랐지만, 그 시작에는 우연한 발견이 있었다. 그리고 각자 다른 방식으로 독립출판의 세계에 들어왔다.
세상 밖에 꺼내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던 민혜주 작가
민혜주 작가의 독립출판 시작은 어느 눈 오는 날이었다. 카페에서 커피를 만들면서 좋아하는 음악을 틀고,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다가, 그 감정을 휴대전화 메모장에 적으려 했는데, 그때 우연히 그동안 쌓아두었던 메모들을 발견했다. “투박하지만 있는 그대로의 감정들을 나도 세상 밖으로 꺼내놓고 싶다”라며 독립출판을 하기로 마음먹었다.
서울에서 10년간 아이돌 연습생으로 살아왔던 민혜주 작가는 작사에도 관심이 많아 작사를 통해 해소하지 못한 감정들을 글로 풀어냈었는데, 그 분량이 많아졌다고 했다. 워낙 종이에 쓰고 다시 펼쳐보는 것을 좋아하던 성격 덕에 처음 만든 책의 실물을 손에 쥐어보던 그 순간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계속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서 세 권을 만든 나리 작가
나리 작가는 첫 책인 《사서 걱정 말고, 사서 생각》을 만들 때는 독립출판이 무엇인지 알아가기 위해서 혼자 공부하면서 했다고 한다. 그래서 스스로 잘하고 있는지 몰라 끊임없이 의심했는데, 오히려 그런 점이 자신의 모습을 가장 충실하게 보여주었다. 그 덕분에 첫 책이 본인이 생각하는 가장 독립출판 같은 책이라고 뽑았다.
한 권을 만드는 것도 쉽지 않은데 세 권의 책을 펼쳐 낸 나리 작가에게 책을 계속 만드는 이유를 물었다. 나리 작가는 첫 책을 만들 때 이미 많은 이야기를 썼기 때문에 다음 책을 만들 수 있는 소재가 없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인생은 똑같지 않고 계속해서 남기고 싶은 이야기가 생겨서 결국 또 책을 만들었다고 한다. 계속 다음 책도 낼 것이라고 말하며, 삶을 한 권씩 책으로 엮어 나간다는 것만으로 인생을 기억하고 순간을 간직할 수 있다는 점이 의미 있다고 했다.
독립출판을 잠시 멈춘 페른베 작가
페른베 작가는 여행지의 언어를 모았던 책 《말을 모으는 여행기》, 노래로 불리지 않은 비운의 ‘망’한 ‘가’사집 《망가》, 욕마저 고상하다는 프랑스어의 욕을 만나는 《욕고불만》의 독특한 소재의 세 권의 책을 펼쳐냈다. 여행기자 아카데미를 수료할 당시 본인의 관심사나 전문성이 들어가는 글을 쓰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첫 책을 만들 때 그 말을 떠올리며, 여행지의 현지 말(언어)을 배우는 걸 좋아했던 점을 고려했다. 누군가는 기념품으로 마그넷을 모으는 것처럼 본인은 말을 모으기 때문에 ‘말을 모으는 여행기’라는 제목을 붙여 책을 만들었다. 책을 출간할 당시 그 콘셉트가 재밌다는 반응이 많았다고 한다.
페른베 작가는 현재 삶이 바쁘고 통영에 오래 머물면서 시공간적으로 물리적인 여건 때문에 독립출판을 잠시 멈췄지만, 계속하고 싶다고 생각한다. 당분간은 일정이 바빠서 책을 제작하는 작가로의 활동은 못 해도 독립출판 책을 읽는 독자로 살며 글 쓰는 준비 운동을 통해 새로운 도약을 꿈꾼다.
독립출판만 판매하는 책방으로 시작한 이상명 대표
책방을 연 지 어느덧 햇수로 11년이 되었다는 이상명 대표는 처음에는 오직 독립출판만 판매했다고 한다. 현재는 다양한 큐레이션 도서가 함께하는데, 처음 문을 열었을 때와는 다른 시장 변화와 규모의 변화 때문에 그렇기도 하고, 현재는 독립출판과 기성출판의 경계가 많이 없어져서 자연스럽게 다양한 형태의 도서들을 소개하게 되었다.
오래 책방을 운영하면서 독립출판을 하는 작가들을 만나왔는데, 첫 번째 책을 낸 후 두 번째 책을 낸 작가들을 더 존경하게 되었다고 한다. 처음 책을 내는 것은 상당히 어려운데 두 번째 책은 그 벽을 넘어서 또 다른 벽을 지나는 것이기도 하고, 그때부터는 진지하게 작가라는 직업으로써의 고민을 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했다.
더불어 ISBN에 관한 생각도 덧붙였다. 예전과 다르게 요즘은 독립출판이라고 해도 1인 출판사가 많고, 자비출판이나 대행업체가 생기다 보니 ISBN이 있는 책이 많아졌다. ISBN은 일종의 형식이기 때문에 정해진 틀이 필요한데, 독립출판을 위해서 그 틀이 필요한지 생각하면, 작가들이 어딘가에 갇히지 말고 자유로움을 추구하면 좋겠다고 했다.
독립출판은 뭘까?
나리 작가에게 “ISBN이 없는 책을 누군가 책이 아니라고 말한다면 뭐라고 답하고 싶은가요?”라고 물었더니, “ISBN이 책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이라면, 책의 내용만 보고 ISBN 여부를 판단할 수 있을까요?”라고 답했다.
그 답을 들으며 생각했다.
“독립출판인지 아닌지를 판단할 수 있는 기준은 무엇일까?”
네 사람에게 독립출판이 무엇인지 물었지만, 여전히 독립출판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지 못했다. 어쩌면 독립출판을 문장 안에 넣으려고 했던 것이 문제였을지도 모른다. 누군가에게 독립출판은 직업이고, 누군가에겐 작업이고, 누군가에겐 방식이다. 또 다른 관점에서는 혼자 모든 것을 다 하는 것이거나 누군가에게 도움받더라도 자신의 책을 완성하는 것이다. 어쩌면 독립출판은 어떠한 선이 있어서 그 경계 안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각자 가지고 있던 저마다의 방식으로 선을 그으며 그 영역을 조금씩 넓혀 온 것이 아닐까.
그래서 샤베트 미디어는 독립출판을 정의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독립출판이 무엇인지 찾아가는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독립출판이라는 경계 안에 들어와 있거나 그 경계를 넓히려는 사람이거나 그곳을 빠져나간 사람들을 만나서 이야기를 기록하다 보면, 언젠가는 독립출판이 무엇인지에 대한 답을 찾거나 답을 찾는 걸 포기할 것이다.
2대째 독립출판을 만든 창작자,
가장 오래된 창작자라고 믿는 사람,
지금은 구할 수 없는 책을 가진 사람 등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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