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04년의 나는 파리에 살았다. 지금처럼 인터넷으로 세계 곳곳의 소식을 실시간으로 접하지 못했던 그때, 한국과 소통할 수 있는 방법을 찾다가 네이버 블로그를 시작했다. 네이버가 블로그 서비스를 시작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았던 때였다. 그렇게 나만의 작은 소통 창구가 생겼다.
블로그에 필름 카메라와 디지털카메라로 바라본 파리의 풍경과 고양이와 함께하는 일상을 사진과 글로 기록했다. 개인의 일상을 기록하던 블로그는 점차 파리를 여행하는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었고 새로운 일이 있을 때마다 발 빠르게 파리의 소식을 전했다.
2006년에 한국으로 귀국하면서 프리랜서 기자이자 작가로 활동했다. 2009년 《인조이 파리》라는 제목의 파리 여행 가이드북을 출간하며 여행작가가 되었고, 2014년에는 샤베트 미디어를 설립해 글과 사진, 영상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며 각종 기업, 관광청 등과 협업했다. 2017년에는 출판사를, 2018년에는 작은 책방을 열었다. 그리고 2025년부터는 북마켓을 직접 기획하고 운영했다. 돌아보면 지난 20년은 기록하고, 책을 만들고, 책을 건네고, 책을 만나는 자리를 만드는 사람이었다.
그 과정에서 독립출판과 zine이라는 작은 책에 관심이 생겼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책이 많고, 세상에 존재했지만 어디서도 발견하지 못하는 책도 많다는 사실이 놀라웠다. 그런 책을 소개하고 판매하는 독립서점 역시 조용히 시작하고 사라졌다. 작은 북마켓이 열리지만 그 소식이 쉽게 퍼져 나가지 않았다.
매일 수많은 책이 탄생하고, 책방이 생기고, 북마켓도 계속 열린다. 그런데 이 이야기들은 어디에 기록되고 있을까. 작은 책방이 문을 열고 문을 닫기까지의 이야기는 얼마나 쓰이고 있을까. 북마켓이 열렸다는 소식은 전해지지만 그곳에서 어떤 책과 사람들을 만났는지는 얼마나 알려지고 있을까. ISBN이 없는 독립출판물과 zine은 어디에서 다루어지고 있을까. 책의 발행 부수나 ISBN의 유무, 책방의 규모나 행사의 크기와 관계없이 그 안에 존재하는 다양한 이야기들이 기록되지 않은 채 사라지는 것이 아쉬웠다. 그래서 2026년 샤베트 미디어 인터넷신문을 창간했다.
샤베트 미디어는 유명한 것보다 아직 알려지지 않은 이야기에 더 귀를 기울이려고 한다. 작은 책이 존재했다는 사실을 기록하고, 누군가의 작은 시도가 남길 바라며 작은 책과 그 주변의 장면을 기록할 것이다. 다만, 단순히 책을 소개하는 데 그치지 않고, 독립출판의 현재를 취재하고 미래를 질문하려고 한다. 그 과정에서 특정한 목소리만을 대변하지 않을 것이다. 책을 만드는 과정과 유통의 현실, 창작자와 책방이 마주하는 어려움이나 다양한 시도를 깊이 들여다보고자 한다. 사실을 확인하고 서로 다른 입장이 있다면 두루 전달할 것이다. 샤베트 미디어가 만들고자 하는 건 독립출판을 위한 홍보지가 아니라, 작은 책을 둘러싼 오늘과 내일의 이야기를 전하는 언론이다.
파리에서 한국으로 출발했던 2006년 9월 30일에서 꼭 20년이 지난 2026년 9월 30일, 샤베트 미디어는 인터넷신문으로 등록되었다. 20년 전 비행기에 오를 때 새로운 삶을 향해 출발했던 것처럼, 이제 또 다른 꿈을 향한 걸음을 내디딘다.
2026.09.30
발행인 김지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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