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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독립출판으로 두 권의 책을 만든 한은하 작가


100일 글쓰기에서 시작된 첫 번째 독립출판
최근 두 번째 책 《숨이 차야 살 것 같아서》 출간
몸을 움직이며 만난 마음을 기록하는 한은하 작가

사진=한은하 작가 제공

샤베트 미디어의 첫 번째 인터뷰 기사를 준비하면서 이제 막 독립출판을 시작한 작가의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그중에서도 한 권에서 끝나지 않고 두 번째 책까지 낸 작가를 찾았다. 그러던 중 한은하 작가의 두 번째 책 《숨이 차야 살 것 같아서》가 출간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한은하 작가는 훌라를 추고, 달리고, 헤엄치는 등 몸을 움직이는 과정에서 마주한 마음을 글로 기록한다. 2024년의 마지막 100일 동안 참여했던 글쓰기 프로젝트를 통해 독립출판을 처음 접했다. 이후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젝트의 지원을 받아 첫 책 《할머니 딸은 훌라 춰요》를 출간했다. 그리고 그 책이 나온 지 일 년 만에 두 번째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 독립출판을 이제 막 시작했고, 한 권도 쉽지 않은데, 두 번째 책까지 만든 마음은 무엇이었을까. 독립출판을 바라보는 생각은 어떨까.

한은하 작가에게 그 이야기를 물었다.


작가님 소개해 주세요.

저는 요즘 훌라를 추고, 밖에서 달리고, 헤엄도 치고, 가끔 요가도 하며 사는 사람이라 소개하길 즐겨요. 그렇게 몸을 움직이며 든 마음들을 기록 중이에요. 날 살린 사랑을 잊지 않고, 내 사랑을 조금이라도 전하고 싶어 편지를 쓰듯 글을 쓰고 있습니다.

첫 번째 책을 만들기 전에 작가님은 어떤 사람이었나요?

힘들다고 울면서도 웃던 사람이었어요. 웃지 않는 게 더 어려웠거든요. 또, 누구에게도 기대지 않고 혼자 다 해낼 수 있다 믿었어요. 조금 더 정확하게는 그래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제 마음에 들지 않는 결과는 세상 밖으로 나오면 안 된다고 생각했어요. 오래 시간을 들일수록 제 기준은 하염없이 높아져만 가고, 그래서 오랫동안 아무것도 내놓지 못했어요.

독립출판을 처음 접하게 된 계기와 첫 책을 만들기로 결심한 이유가 궁금합니다.

독립출판을 처음 가까이서 만난 건 2024년의 마지막 100일 동안이었어요. 마음이 잔뜩 엉켜 있던 때라 그저 이 마음을 글로 써서 풀어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결이 맞는 언니들이 이끄는 대로, 100일 동안 글을 써서 하나의 이야기로 마무리하는 프로젝트에 함께했어요.

글을 쓰고 싶다는 마음은 오래전부터 있었어요. 다만 저에게는 그럴 능력도, 자격도 없다는 생각을 더 많이 했죠. 그래서 100일의 목표도 소박했어요. 그저 포기하지 않는 것. 그러기 위해 글을 써서 들고 있는 게 아니라 인터넷에 올려가며 다잡았어요.

프로젝트를 이끈 언니가 독립출판 경험이 있었던 덕에, 독립출판이 어떤 건지 어렴풋이 알게 됐어요. 이끌어준 덕분에 공들여 가제본까지 만들어 보면서 언젠가 이걸로 정말 책을 내고 싶다는 꿈도 꿨지만, 막연한 상상이었어요. 대학원에 다니는 제가 그걸 당장 해낼 수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거든요.

그런데 가제본을 손에 쥔 날, 생각보다 오래 그걸 만지작거리고 들여다봤어요. 오래 대학원에 머물며 이렇다 할 성과 없이 스스로를 부족한 연구자라고만 여기던 때였어요. 제 가치는 그렇게만 존재한다고 믿었고요. 그런 저에게 그 가제본은 몇 년 만에 세상에 내놓은 결과물이었어요. 잔뜩 부족한 채로라도요. 그때 직감했어요. 나는 어떤 식으로든 이 꿈을 이어 가겠구나. 그리고 다짐했어요. 이어 갈 기회가 온다면 절대 놓치지 않겠다고.

그 기회가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젝트’였어요. 하고 싶은 걸 다 하라는 슬로건에 맞게 실제 성과보다 도전과 과정을 더 중요하게 여긴 지원사업을 보며 당장 모든 게 불확실하지만 지금 도전해보지 않는다면 평생 후회할 것 같다고 직감했어요. 굳이 출판사 투고를 도전하거나 한 게 아니라 독립출판을 택한 이유도 거기 있는 듯해요. 자격이 없다고 생각하던 제게, 독립출판은 자격을 묻지 않았으니까요.

경기청년 갭이어 프로젝트의 지원은 어떤 도움이 되었나요?

금전적인 지원 덕분에 처음인데도 여러 가지를 시도해 볼 수 있었던 건 분명 큰 도움이었어요. 사정을 아는 지인들이 감사하게도 저의 처음을 응원하며 삽화를 그려 주고 프로필 이미지를 만들어 주기도 했어요. 그래도 지원이 없었다면, 디자인 감각이라곤 전혀 없는 제가 이미지를 배치했을 테고, 그러면 별로 펼쳐 보고 싶지 않은 책이 나왔을지도 몰라요.

지원은 잘하는 걸 더 잘하게 해 주기도 하지만, 전혀 할 줄 모르는 부분에서 도움을 받을 기회를 주기도 해요. 저에게는 그 두 번째가 정말 컸어요. 그리고 갭이어는 일반적인 지원사업과 결이 조금 달랐어요. 성과에 따라 지원하는 사업이 아니라, 시행착오를 거치며 자라는 과정 자체를 응원해 주는 사업이었거든요. 결과가 아니라 한 청년의 삶을 지원하는 사업이요. 첫 출판이라는, 시행착오투성이일 수밖에 없는 도전을 이 사업과 함께할 수 있어서 다행이었어요.

지원을 받는다고 덜 독립적인 책이 된다고는 생각하지 않아요. 무엇을 쓸지, 어떻게 만들지, 어떻게 세상에 내놓을지는 끝까지 제가 정했으니까요. 갭이어도, 표지와 삽화를 그려 준 친구들도, 제가 홀로 서는 데 기댈 수 있었던 여러 갈래 중 하나였어요.

첫 책을 만드는 과정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어려움은 무엇이었나요?

퇴고가 그렇게 오래 걸릴 줄 몰랐어요. 글을 이미 몇 번이고 고쳤는데, 디자인 툴에 얹는 순간 완전히 새로운 글이 되더라고요. 한 줄이 어디서 끊기는지, 한쪽이 어디서 넘어가는지에 따라 같은 의미를 담은 문장도 전혀 다르게 읽혔어요. 인쇄돼서 나온 모습을 보고 나서 다시 읽으니 더 그랬어요. 글을 잘 마무리해서 지면에 얹으면 끝일 줄 알았는데 인쇄소에 넘겨야 하는 기한을 코앞에 두고도 문장을 계속 고치고 있는 절 발견했죠. 그렇게 마지막 순간까지 잔뜩 고쳐가며 세상에 내보낸 제 첫 책에는 미처 못 잡아낸 오탈자와 중복해서 들어간 문단 등이 여전히 있답니다. 세상에.

흔히 첫 책을 만드는 것보다 두 번째 책을 만드는 것이 더 어렵다고 말합니다. 아무래도 첫 책 이후에 생기는 부담이 있기도 할 텐데요, 그런데도 두 번째 책을 완성할 수 있었던 작가님의 비결이 궁금해요.

두 번째 책에 담길 글은 사실 이미 있었어요. 마음이 한창 힘들 때 털어놓은 글들이요. 어려웠던 건 쓰는 일보다, 그걸 책으로 내놓겠다고 마음먹는 일이었어요.

질문 주신 것처럼 첫 책 이후의 부담이 있었어요. 왜 팔리는지도 모르게 팔리다가도, 영영 이대로 안 팔리겠구나 싶을 만큼 전혀 안 팔리기도 했어요. 어느 순간엔 그런 마음이 당연해졌고요. 북페어에 나가 사람들을 직접 만나고 싶었지만, 초보에게 기회는 잘 주어지지 않았어요. 내가 읽고 싶지 않은 글을 쓰는 사람인 건 아닐까, 누가 내 이야기에 관심이나 있을까 싶은 날도 많았어요. 역시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되고요.

그러다가도 한 번씩 글에 대한 후기가 들려오는 귀한 경험을 하면, 나와 비슷한 상황에 있을 단 한 명에게만 닿으면 된다고 생각했던, 첫 책을 쓸 당시의 마음이 되살아났어요. 이렇게 부족한 사람도 책을 낼 수 있게 해 준 독립출판이 고마웠고, 동시에 두 번 다시 이런 기회는 없겠구나 싶기도 했어요.

사실 저는 지금 지나고 있는 날것의 감정은 밖으로 잘 꺼내지 않는 사람이에요. 그래서 세상에 내놓는 글은 늘 이미 통과해 낸 과거의 감정을 주로 담아요. 그런데 최근, 한 사람과의 이별을 생각하게 된 일이 있었어요. 그 사람에 대한 제 글이 첫 책에 담긴 내용으로 끝나서는 안 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어요. 그래서 처음으로, 과거와 현재가 뒤죽박죽 섞인 채 지나가는 글을 세상에 내놓게 됐어요.

비결이라기보다는, 더는 미룰 수 없는 이유가 생겼던 것 같아요.

두 번째 책을 소개해 주세요.

두 번째 책인 《숨이 차야 살 것 같아서》는 달리기와 요가, 훌라 같은 움직임을 통해 마음을 알아차리는 과정을 담은 에세이예요. 몸을 움직여 숨이 차오를 때에야 비로소 숨 쉬고 있다는 감각을 느낀 순간들을, 관계와 가족, 정상성과 경계에 대한 물음과 함께 그러모았어요.

첫 책이 훌라를 추며 만난 여성들과 새로운 형태의 가족을 경험하며 마음을 회복해 간 이야기였다면, 이번 책은 그 뒤의 이야기예요. 다양한 방식으로 몸을 움직이며, 그토록 간절히 떠나길 원했던 집으로 어떻게 돌아갈 결심을 하게 됐는지를 담았어요.

숨쉬기 어려운 순간마다 다가와 함께 숨 쉬어 준 이들을 떠올리며 썼어요. 어딘가에서 남몰래 숨 막히는 삶을 살아내고 있을 누군가에게 닿아, 숨 쉴 용기가 되길 바라면서요.

세 번째 책도 있을까요? 만약 다음 책이 있다면 어떤 이야기를 쓰고 싶은가요?

첫 이야기도, 두 번째 이야기도 원래 쓰고자 했던 내용과는 완전히 다른 이야기가 나왔어요. 이제는 인정할 때가 되었다고 느낍니다. 저는 또 사랑 이야기를 하게 될 것 같아요.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하지 않고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나 봐요.

두 권의 책을 쓰면서 제가 주고 싶던 사랑과 받고 싶던 사랑에 대해 오래 생각했어요.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엮어내며 대체 내 사랑의 언어는 뭘까 생각하다 보니, 지난 망한 연애들이 스쳐 지나가더라고요. 제대로 줄 줄 몰라서 망친 연애도, 제대로 받을 줄 몰라서 망한 연애도 있었어요. 아, 받아들여지지 않던 짝사랑은 물론이고요. 요즘 몽글몽글한 마음으로 그 시절의 제가 누구를 어떻게 사랑했는지 하나씩 돌아보는 중이에요. 그렇지만 저는 이제 저를 알아요. 이래 놓고 나온 결과물을 보면 꼭 연애 이야기만은 아닐 거예요.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친구들, 시절인연이라고 보내기엔 너무나 사랑했던 친구들에 대한 이야기도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제대로 사랑을 주고받는 법을 알았더라면 절대 놓치지 않았을 귀한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요. 제가 사람을 사랑해 온 시절들을 녹여내고 싶어요.

북페어 등 여러 활동을 계속 찾아다니고 있어요. 무엇이 작가님을 움직이게 하나요?

만남의 순간이요. 거기에 더해 초보의 마음도 한몫해요. 북페어를 나가면 이미 한참 멋지게 작업을 해오신 작가님들이나, 비슷하게 처음을 겪어나가는 작가님들을 만나게 돼요. 인사를 채 나누지 못했더라도 멀리서 부스를 운영하시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큰 힘이 되어요. 옆자리에 앉은 작가님들과 맛있는 음식을 나눠 먹으며 떠드는 순간이나 서로의 이야기가 궁금해져 글을 구매하게 되는 순간들이, 당시엔 바빠서 모르다가 다 지나고 마음에 깊게 남아 있단 걸 종종 발견하기도 해요. 가장 좋은 순간을 꼽으라면 역시 우연한 독자님과의 만남이에요. 저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채로 그저 지나가다 책을 만지작거리면 콧구멍이 벌름거리기 시작하고, 본격적으로 펼쳐보기 시작하면 이미 마음은 하늘을 뚫었고요. 거기에 더해 글을 읽어보다 질문을 한다거나, 궁금하다며 책을 사기까지 한다면 그날 밤은 다 잔, 완전한 초보의 마음이 저를 움직이게 하네요. 겪어보지 않아 모르겠지만, 시간이 많이 지나면 이 설레는 마음도 익숙해질까요? 저는 이 간지러운 마음이 좋아서 오래오래 초보에 머물고 싶다고 생각하곤 해요.

독립출판의 ‘독립’은 무엇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생각하나요?

저는 ‘정답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생각해요. 책이 되려면 갖춰야 한다고 여겨지는 것들, 혹은 작가가 되려면 갖춰야 하는 여러 기준. 그러니까 평가의 잣대나 규격과 형식, 자격과 사회적 위치 앞에서 정답과 오답이 없다는 것이 제가 느낀 독립출판의 독립이에요. 판형도, 디자인도, 무엇을 쓸지도 누구나 홀로 정하고 자유롭게 시도해 볼 수 있다는 의미의 독립이라 생각합니다.

지금의 작가님에게 독립출판은 무엇인가요?

독립(獨立)은 글자 그대로 ‘홀로 선다’는 뜻이에요. 그래서였을까요? 처음 독립출판을 접했을 때는 왜인지 독립적으로 해볼 기회라 느껴졌고, 또 그렇게 해내야만 한다는 느낌을 먼저 강하게 받았어요.

막상 모든 삶의 과정에 있어 제가 홀로 설 수 있게 해준 건, 저 혼자의 힘이 아니었어요. 훌라를 추며 만난 언니들, 함께 달리고 요가를 한 사람들, 숨쉬기 어려울 때마다 곁에서 같이 숨 쉬어 준 이들이 제게 건넨 사랑이었죠. 책도 마찬가지였어요. 처음에는 책을 오롯이 혼자 만들 수 있는 자유로움이 먼저 눈에 보였지만, 막상 겪어보니 만드는 과정부터 책이 독자에게 닿기까지, 그 모든 순간에 함께 해 줄 사람이 필요했어요. 글에 어울리는 책으로 나올 수 있게 힘써주는 인쇄소 사장님들은 물론이고, 기꺼이 책방 한켠의 자리를 내어주는 책방지기님들, 페어에서 같이 부스를 지키는 동료 작가님들, 그리고 서점과 페어에서 책을 기꺼이 만나줄 독자님들이요. 홀로 서려면 오히려 여러 사람과 느슨하게 연결되어 있어야 한다 느꼈어요. 글을 세상에 내놓는 과정에서 누구와 어떻게 연결될지는 모르지만, 서로가 홀로 서는 과정을 함께해줄 수 있는 것. 그게 요즘 제가 생각하는 독립출판이에요.


사진=한은하 작가 제공

한은하 작가는 독립출판을 ‘정답으로부터의 독립’이라고 말했다. 작가가 되기 위한 자격이 있는 것이 아니고, 책이 갖춰야 할 정해진 형식도 없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혼자 모든 것을 해내는 것이 독립이라고 생각했던 처음과 다르게 두 권의 책을 만들고 나니 여러 사람과 연결되어 있어야 비로소 홀로 설 수 있다는 사실을 알았다고 했다.

샤베트 미디어가 첫 번째 인터뷰에서 이제 막 독립출판을 시작한 작가를 만나고 싶었던 이유도 여기에 있다. 오랫동안 책을 만들어 온 사람의 이야기만큼이나 처음 책을 만들기로 결정한 사람의 생각이 궁금했기 때문이다. 독립출판을 시작한 이유나 책을 만드는 과정, 그리고 그 안에서 독립의 의미를 찾아가는 방식도 모두 다를 것이다. 누군가에게 독립출판은 자신의 이야기를 세상에 내놓을 기회고 누군가에게는 정해진 기준에서 벗어나 새로운 시도를 할 수 있는 자유일지도 모른다.

100일 동안 글을 쓰고, 그 글로 첫 책을 만들고, 다시 두 번째 책을 내기까지 한은하 작가는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으며 여러 사람을 만나면서 독립출판에 관한 생각도 조금씩 바뀌었다. 몸을 움직이며 마주한 마음과 자신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가 담긴 두 권의 책을 지나, 앞으로 한은하 작가가 어떤 마음을 기록하고, 또 어떤 이야기로 책을 엮어낼지 기대하고 응원한다.

한은하 작가 Instagram · @aloha_____eun
《할머니 딸은 훌라 춰요》 · 《숨이 차야 살 것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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